사랑 후의 두 여자,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2022. 4. 4. 19:33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무너진 절벽에 남겨진 자들끼리 나누는 담담한 관용과 위로

 

별점 : 3.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사랑 후에 무너진 현실을 마주하는 '두 여자'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영화의 소재는 '남편의 외도'이다.

남편과의 사랑을 위해 종교를 바꾼 '메리'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을 직접 목도한다.

그 이후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그의 외도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메리는

혼외관계의 여성 '쥬느'가 있는 프랑스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메리는 청소부로 오해받아 쥬느의 이삿짐 싸는 것을 돕게 되고

그 과정에서 메리는 쥬느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결말에 다다른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랑 후에 남겨진 두 여자의 행동과 변화이다.

개인적으론 원제인 'After Love'를 '사랑 후의 두 여자'로 번역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단순히 사랑 후에 그들에게 남겨진 현실 뿐만 아니라

그 무너진 절벽과도 같은 현실에 남겨진 '두 여인'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몰래 외도를 한 남편을 보며

'죽어도 싸다'라는 느낌이 좀 드는게 사실이다. (물론 나쁜 생각이긴 하지만)

이중살림을 차리면서 영국에는 아내의 종교를 바꾸는 계기를 제공하질 않나

심지어 프랑스에는 아이까지 낳고 그러면서 결혼은 회피하질 않나

솔직히 최악의 남자이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으로 최저인 남자임에도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두 여인이

직접 만나 다양한 일을 겪고 목도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이 어떠한 감정의 결말에 다다르게 되는지를 보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두 여인의 잔잔하지만 강렬한 감정과 변화를 지켜보게 함으로서

영화는 관객들을 묵직하게 집중시킨다.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을까

 

앞서 말했듯 죽은 남자는 참 나쁜 남자이다.

그 남자와 두 여인을 보면 자연스레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다.

'두 여인이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듯, 남자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글쎄... 그건 죽은 남자만이 알 것이다.

혼란 속에 남겨진 두 여인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영화는 다양한 시각적 장치로 그들의, 특히 메리의 혼란을 표현한다.

무너지는 절벽

파도에 나부끼는 메리

조금씩 금이 가는 천장

다소 강렬한 시각적 표현으로 인해

우리는 메리가 겪고 있는 혼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이 현실을 마주하고 조금씩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메리', '쥬느', 쥬느의 아들 '솔로몬'까지

이 셋을 둘러싼 관계와 가치관의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저 남편의 사랑, 아빠의 사랑을 원했던 세 명의 인물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여러 대화를 나누고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3명의 관계에 격정적인 변화를 갖게 된다.

그때부터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내리게 되는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게 되는지 등

 

혼란스럽던 그들이 결국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잔잔하게 캐릭터를 그려낸 배우들의 호연

 

사실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는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기하게도 인물들의 감정선에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메리'를 연기한 '조안나 스캔런'

'쥬느'를 연기한 '나탈리 리차드'

'솔로몬'을 연기한 '탈리드 아리스'

이 세명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메리'의 '조안나 스캔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녀가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표정, 대사, 몸짓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파도에 정처없이 휩쓸리면서 공허한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

 

무너지는 절벽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켜보는 장면.

 

침대에 누워 금이 가는 천장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는 장면.

 

여러 장면들을 통해 그녀는 메리가 그 당시에 느꼈을

슬프고, 공허하고, 무너지는 감정들을

별다른 대사 없이도 훌륭히 보여준다.

 

특별한 대사 없이 그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그녀는 무리없이 관객에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배우의 호연을 지켜보는 것이

뜻밖의 수확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조안나 스캔런'의 호연이

필자에겐 인상적이었다.

사실 영화 자체가 엄청난 반전과

흥미를 자극하는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영화에서 표현하며

해당 당사자들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그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그 사랑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왔는지,

그런 사랑으로부터 배반당할 때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결국 그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등

 

생각보다 영화는 그렇게 특별한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랑과 상실을 대하는 두 여인의 잔잔한 여로를 보며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들에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담담하게 작은 위로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2022.04.02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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