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2022. 3. 24. 03:33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후반부의 연출이 빈약했지만 상관없다.

난 이런 착하고 귀여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거든.

 

별점 : 3.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배우 최민식.

이 한 명의 배우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별로다'와 '생각보다 좋은 영화였다' 이 두 가지로 나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두 개의 의견 모두 이해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매우 필자 취향에 맞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하지만 극의 종반부로 갈수록 아주 치명적인 연출의 빈약함이 드러나는 아쉬운 영화이기도 했다.

 

대단히 빛난 배우 최민식의 존재감.

하지만, 그만 빛났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 필자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의 많은 관람객들도 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보러 갔을 것이다.

'최민식'

이 한 명의 거대한 배우가 영화와 관객에게 주는 영향력과 신뢰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도 독보적일 것이다.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한국의 대배우인 그가 3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많은 영화팬들을 흥분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최민식'님의 연기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뭐 그가 '연기를 잘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참 웃기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이지만 남한에서 그 정체를 숨기고 고등학교 경비 일을 하는 '이학성'를 연기한 그는

영화의 공동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김동휘'님의 통통 튀는 존재감과 반대로

영화 내내 극의 분위기와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주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에 서술하겠지만

영화 중반부부터 엔딩에 이르까지 영화는 급격하게 빈약한 연출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그는 연출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훌륭한 연기를 계속해서 뽐낸다.

 

사실 최민식님의 연기력에 대해서 더 언급하는 것도 웃기다.

'피자는 맛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처럼 그냥 너무 당연한 말이지 않나

그냥 너무 잘한다.

더 이상의 언급은 필요가 없다.

 

필자가 느끼기에 영화에서 가장 빛난 배우는 당연 '최민식'님이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특히 필자는 '김동휘'님과 '조윤서'님에 대해 꼭 언급하고 싶다.

 

영화에는 분명히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보여주는 인물들의 귀엽고 재밌는 모습도 영화의 중요한 하나의 포인트다.

거의 30년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배우들과 귀여운 장면을 연출한 '최민식'님의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그러한 웃음과 귀여움 포인트에는 '김동휘'님과 '조윤서'님의 공로가 더 컸으리라.

 

예를 들어, '이학성'에게 수학을 배우기 위해 계속 그를 쫓아다니는 '한지우'의 모습이나

그런 '한지우'를 짝사랑하며 츤데레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박보람'의 모습,

'이학성'과 함께 파이송을 연주하는 보람과 그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지우의 모습 등

영화 중반까지 이 세 명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밸런스를 잡아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더욱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분명 이 두 젊은 배우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판타지' 그 사이를 넘나드는 훌륭한 연출 (초반~중반)

 

필자는 동화같고 귀여우면서도 무해한 영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영화의 작품성이 그닥 좋지 않을지라도, 영화가 너무 귀엽고 이쁘다면 기본적으로 3.5점 이상을 줄 정도다.

(예를 들어, '해피 뉴 이어')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필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영화이다.

특히 영화 초반~중반까지는 그야말로 (필자 기준) 완벽한 영화였다.

왜냐하면 영화가 '현실'과 '판타지'를 조화롭게 섞어 극을 아주 흥미롭게 중반까지 잘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은 현실적인 한 고등학생이 있고,

비밀스러워 보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학을 매우 잘하는 북한 출신의 고등학교 경비원이 있다.

이러한 두 주인공의 대조되는 모습은 현실과 판타지를 각각 잘 보여주는 효과적인 캐릭터 설정이었다.

대조되는 캐릭터인 두 명은 '수학'을 계기로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가까워지고,

어느 순간부터 친구, 더 나아가 부자 관계의 정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이 두 인물의 모습을 좇기만 하더라도

'현실'과 '판타지' 이 두 가지가 잘 섞인 오묘한 끌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져, 동화같은 연출 또한 큰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영재들만 모인 한국의 한 고등학교가 배경이 된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그저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선생님으로부터 획일화된 수업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학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아 도태된 '지우'는

우연히 경비원 '학성'이 수학을 아주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비밀 수학과외를 받게 된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줄 때 영화가 보여주는 연출은 '이상한 나라'같이 신비롭고 참신했다.

 

비밀 과외가 펼쳐지는 과학관 아지트의 신비로운 모습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계절의 빠른 변화

칠판 건너편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

아름다운 수학을 논할 때 펼쳐지는 숫자의 빛 등등

 

이러한 연출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상반되어

신비롭고 아름다운 판타지적인 모습을 부각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집중하고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만약 영화가 이러한 연출과 몰입감을 엔딩까지 잘 이끌어갔다면

영화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평가, 수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너무나 아쉬웠던 후반부의 조악한 연출

 

필자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은 '영화의 후반부'이다.

영화의 중반부부터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의 연출과 속도, 몰입감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영화에서 뿌려놓은 떡밥들을 효과적으로 회수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학성은 왜 그렇게까지 딸기우유를 좋아하는지, 왜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는지 등

영화에는 숨겨진 떡밥들이 나오고 후반부에 가서 그 떡밥들을 하나씩 회수한다.

근데 그게 뭐랄까... 영화에서 이러한 떡밥들이 다뤄지는 심각함에 비해

그것에 대한 원인은 생각보다 너무 단순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모든 과거에 엄청난 스토리나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분위기가 무색하게 그 원인들이 너무 허술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가 빈약하다.

영화 중반까지 인물들이 갖고 있던 각자의 가치관이나 신념은

핵심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변화를 갖게 되고, 그러한 변화는 영화의 엔딩에 영향을 미친다.

근데 그게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 문제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왜 저 인물이 저렇게 변화하였는지 관객을 천천히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영화 엔딩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후다닥 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예를 들어, '학성'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안기철'이 왜 저러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

필자는 그 인과관계를 제대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런닝 타임을 좀 더 쓰더라도 인물들의 관계, 감정의 변화에 더욱 집중해서

이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었는데

너무 급작스럽게 인물들이 변하고, 그 계기가 정확히 무엇인건지 파악이 안되니

'아... 뭐...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의 인식만 갖게되고 관객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클리셰같은 몇몇 신들은 덤.

 

참신했던 연출은 후반부에 실종된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이었다.

근데 후반부부터는 마치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의 감독이 달라지기라도 한 듯,

너무나 뻔하고 지루해진다.

그 전까지 경쾌한 템포로 진행되던 영화는 갑작스레 확 루즈해지고,

참신했던 연출은 온데간데 없고 뻔한 장면들이 연속되며,

더 이상 동화같은 장면은 사라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비판을 할 때

거의 90% 이상은 아마 영화의 후반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필자가 후반부에 대해 너무나 비판을 했기 때문에

'엥? 이럴거면 왜 3.5점을 줬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영화의 중반까지는 문자 그대로 취향저격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영화 후반부가 아쉬웠다 한들 영화 전체를 폄하할 수는 없었다.

 

만일 누군가 필자에게 '그래서 영화 추천하느냐'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분명 추천할 것이다.

최민식을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 독특한 소재,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물들, 동화같은 분위기

영화에 칭찬할 부분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분명히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그것도 큰 부분으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필자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 보고 싶은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쁜 영화였다.

 

 

 

 

(쿠키는 없다.)

2022.03.22 메가박스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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