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2022. 3. 21. 14:08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새장을 탈출한 한 마리의 꿩처럼 날아오르다.

 

별점 : 4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영화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이애나가 사망하기 고작 1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기에

그녀의 일생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아는 편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글은 이번 영화가 실제 그녀의 일생과 비교했을 때 어떠하였는지보다

그저 영화 자체가 어떠하였는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서술해보고자 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필자는 사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렇게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줄 미처 몰랐다.

'트와일라잇'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 영화의 파트너였던 배우와 실제 열애를 하며 스타 커플이 되고

하지만 사적으로 좋지 못한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하는

그러면서 꾸준히 배우 활동을 하는 배우

정도로 필자에게 인식되고 있던 그녀는 이번 '스펜서'로 계기로 필자에게

'한 영화를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대단한 배우'

라는 인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정말 크게 놀랐다.

 

또 다른 여배우 원톱 영화인 '크루엘라'와 비교했을 때,

'엠마 스톤'의 연기력을 뒷받침해주는 음악과 의상, 조연들의 개성이 워낙 강했기에

그녀의 연기력이 (아주 훌륭했음에도) 그러한 요소들에 다소 가려지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에 비해, '스펜서'에서의 동일한 요소들은 '크루엘라'보단 상대적으로 덜 개성적이었기에

같은 원톱 주연일지라도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컸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영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그녀의 연기를 빛내주는데 도움을 주었겠지만,

약간의 과장을 보태 영화의 거의 모든 신에 나온다고 볼 수 있는 주인공의 흔들리는 내면과 섬세한 감정을

관객으로 하여금 그대로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든데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본인의 연기력이 실로 압도적이고 강렬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필자는 영화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 별장에서의 단체 저녁 식사 장면이 정말이지 인상적이었다.

강압적인 규율과 감시, 남편의 외도, 감옥과 다를 바 없는 왕실의 환경은

다이애나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애나가 받았을 압박감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별다른 대사 없이

흔들리는 눈빛, 손짓, 표정, 행동으로만 보여주게 되는데,

와... 그 시퀀스가 주는 무게감은, 그 상황에서의 그녀가 느꼈을 중압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야말로 그 순간에 '압도'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 외에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대사 한 음절, 손의 끝 부분, 공허한 눈빛, 내딛는 한 걸음

활용할 수 있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활용하여 다이애나의 내면과 정서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스펜서'를 보면서 '조커'나 '크루엘라'를 떠올린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녀가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영화가 조금만 더 받쳐줬더라면...

 

그럼에도 필자가 3.5점과 4점 사이에서 3.5점을 줄까 크게 고민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내러티브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결국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호연에 압도되어 4점을 줬지만)

 

사실 영화는 아주 친절하다고는 볼 수 없다.

만약 관객이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사전지식이 많지 않다면

영화에서 왜 그녀가 왕실에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지, 왜 저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지 등에 대해

영화의 중반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더 친절한 설명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분명 있다.

 

특히! 필자가 영화에서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기승전결에서 '결의 허무함'이었다.

영화는 중반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함을 유지하며 관객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잘만 유지되오던 극의 긴장감은 어느 순간부터 허무함으로 바뀌게 된다.

'기껏 열심히 쌓아올린 서사를 이런 식으로 마무리지어도 되나...?'

'뭔가 좀 갑작스러운데...?' 라는 느낌이 들면서,

그때까지 필자가 느꼈던 감정의 흐름은 다소 갑작스레 마무리되었다.

 

모처럼 한 배우의 진하고 깊은 호연을 감상했음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뒤따르는 것은

영화의 연출과 내러티브에서의 아쉬움도 못지 않게 진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처형당한 왕비 '앤 불린'에 대한 책과 이야기.

죽어있거나 날아가버리는 꿩.

근처에 있지만 막혀서 갈 수 없는 낡은 자신의 옛 집.

허수아비에게 입혀져 있던 아버지의 옛 코트.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그녀에겐 족쇄와도 같은,

남편이 혼외관계의 애인에게도 똑같이 선물하였던 진주 목걸이 등

영화는 다양한 은유적 장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를 보며 이러한 많은 영화 속 장치에 대해 하나하나 탐구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오롯이 영화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강한 흡인력을 그대로 느끼면서,

116분동안 내가 감히 '다이애나 스펜서'가 된 듯한 강렬한 기분에 더욱 집중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스펜서'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너무나 인상적인 (거의 1인극에 가까운) 연기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값을 지불하고 영화를 관람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감히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가 꽤나 무겁고, 심각하고,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것 같은

그런 영화이지 않을까하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영화는 그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어둡지만은 않다.

그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민중의 왕세자비'라고 불렸던 '다이애나 스펜서'의 고뇌와 내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라면

조금은 더 심각하고 무겁게 다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하지만 한 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무게감이

영화의 품질을 이렇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글을 갈무리하겠다.

 

 

 

 

(쿠키는 없다.)

2022.03.21 메가박스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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