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2022. 3. 15. 15:18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장면 하나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고 관객에게 '야코'를 체험시킨다.

 

별점 : 3.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일단 제목의 길이부터 필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도대체 왜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게 얼마나 중요하면 16글자나 되는 긴 제목을 붙여가며 강조했을까?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도대체 어떤 일을 겪게 되는걸까?

 

기대보다는 여러 호기심이 먼저 드는 영화였다.

 

소재의 한계를 참신한 연출로 뛰어넘다.

 

주인공인 '야코'는 다발경화증과 시각장애를 앓고 있어 앞을 볼 수 없고, 하반신도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사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어쩔 수 없이 주제에 대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사실 플롯만 딱 따지고 본다면 아주 참신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야코'가 본인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굉장히 특별한 무엇인가를 주제로서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이 영화는 참신하고 강렬한 연출로 뛰어넘었다.

시각장애를 앓는 사람의 시야를 보여주기 위해 주변 배경을 뿌옇게 보여준다거나,

상대적으로 발달된 청각을 사용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의 소리를 민감하게 담아내거나,

현대 편의기능의 종합체인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음성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계속 비추거나,

영화 초반에 배우와 감독을 보여줄 때, 그리고 크레딧을 점자로 표현하는 연출 등

영화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야코'를 강렬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부터 주인공 '야코'가 겪는 한 사건을 기점으로 이러한 몰입도는 배가된다.

눈이 안 보이고 다리를 못 쓰는 주인공이 겪는 결정적인 위기를 다루는 이 시퀀스는

힐링영화인줄 알았던 영화에서 가장 스릴러를 느끼게 되는 영화의 핵심 시퀀스이다.

위기에 봉착한 주인공이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등

이 시퀀스에서 관객은 온전히 '야코'의 시선으로 공포와 호기심을 자극받게 된다.

 

사실 필자가 공포와 스릴러를 느끼게 된 시점은 이 시퀀스부터가 아니었다.

'야코'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2번의 택시와 1번의 기차를 타야하는 여정에 다다랐을 때,  

자친구에게 '앞으로 5명의 낯선 사람들의 도움만 더 받으면 된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필자에겐 공포로 다가왔다.

당장 필자만 하더라도 낯선 사람이 불쑥 일상생활에 침범한다면 적지 않은 불편함을 겪는데,

과연 '야코'는 어떠한 감정이었을까?

일반인에겐 너무나 쉬운 그저 2번의 택시, 1번의 기차라는 너무나 간단한 여정을 결심하기 위해

'야코'는 얼마나 큰 결심을 한 것인지 필자는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토스트기로 토스트 굽기, 커피머신으로 커피 내리기, 택시와 기차 타기, 낯선 이의 도움을 받기'야코'는 아마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다양한 제언을 영화는 뛰어난 연출로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듯 하였다.

'야코'의 진취성과 유머러스함을 관객이 체험한다.

 

보통 영화에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그 인물은 장애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수동적이고 좌절감을 겪는 인물로 묘사되고,

그러한 인물에게 관객은 안쓰러움, 측은함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야코'에게 전혀 측은지심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엥 나보다 나은데?' 싶은 부분들이 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점, 여자친구가 있다는 점, 여자친구가 있다는 점, 여자친구가 있다는 점 등등 ㅎㅎ...

 

또한, 그는 자신을 애처럼 여기는 주변의 시선과 도움을 불쾌하고 언짢게 여긴다.

스스로 식사와 약을 챙겨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도박으로 돈을 따고, 라디오와 음성 신문으로 시사를 익힌다거나 대마초도 피우고

사실 웬만한 사람 못지않게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는 '야코'에게

규칙적인 아버지의 안부전화는 그저 자기 자신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규정짓는 족쇄 같았을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천 킬로미터라는 장애인으로서는 고난에 찬 여정을 거쳐야 한다.

필자였다면 진작에 포기하고 아버지께 솔직히 털어놓고 아버지의 차를 얻어 타 그녀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여정을 스스로 준비하고, (몇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그녀에게 다다르고자 한다. 

아마 그는 혈액염을 앓고 좌절한 그녀에게 자신의 진취성을 직접 보여주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함과 동시에 삶에 대한 용기를 그녀에게 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스콜피온즈'를 뚜렷히 비선호하고, 미국에선 B급 감독이라 불리는 '존 카펜터'의 열렬하게 좋아하는,

사랑하는 여성를 위해 자신의 장애를 희화화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주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고난을 택하는

'야코'는 어쩌면 필자보다, 우리보다 더욱 진취적이고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그저 근사한 신사일 뿐이었다.

 

우리 중 감히 누가 그를 안쓰럽게 여길 수 있을까?

 

그래서 '야코'는 왜 타이타닉이 보고 싶지 않았을까?

글쎄... 필자는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만 할 뿐이다.

 

아주 단순하게 타이타닉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을 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기위해 아껴놨을 수도

타이타닉 영화 속에 나오는 재난이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어쩌면 그냥 단순히 보이지 않아서 못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우리는 그가 어떤 일상을 살아왔는지, 그녀를 위해 어떤 여정을 거쳐왔는지, 그렇게 어떠한 결말에 다다랐는지

카메라의 초점이 명확해진 순간, 함께 확인했지 않은가

 

그거면 충분하다.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은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참으로 배역에 잘 맞는 훌륭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쿠키는 없다.)

2022.03.15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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