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2022. 3. 17. 23:16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우물 안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느라

푸르른 하늘을 미처 못 보고 있었어

 

별점 : 3.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일본 영화를 볼 때,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된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등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좋은 영화감독들도 많지만,

일본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의 특징인 특유의 과하고 오버스러운 행동과 표현들을 필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한 표현과 행동이라도 애니메이션이라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보일 여지가 있기에

일본의 실사 영화, 드라마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일본의 작품은 담백하고 잔잔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이 3명의 감독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 중,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은 다소 호불호가 있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작품이다.

'언어의 정원'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화가 지나치게 담백하기에

바로 그런 점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고 말하는데 필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작품을 좋아한다.

훌륭한 영상미와 더불어서 잡다한 설정과 연출을 최대한 절제하고 담백하게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여

그들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필자는 그 작품을 참으로 좋아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번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간략하게 이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절제의 미학으로 그려낸 깊이 있는 드라마

 

이 영화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과 같은 작품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아직 그 영화들을 본 적이 없었고, 더 나아가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 자체를 잘 몰랐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과 비교해서 이번 작품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영화가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거기에는 이 영화는 절제의 미학을 참 잘 사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 이야기의 인물들까지

물론 중간에 비현실적인 설정이 들어가지만, 영화는 대부분 참으로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골을 떠나 언젠가 반드시 도쿄로 가 밴드를 결성해 꿈을 이루고픈 '아오이'

어린시절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여동생 아오이를 지키기 위해 시골에 정착한 '아카네'

도쿄에서 성공한 락스타가 되려 했으나 엔카 가수의 백밴드 멤버가 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신노스케'

신당에서 베이스 연습을 하는 아오이 앞에 뜬금없이 나타나게 된 '과거의 신노스케 (신노)'

 

보통 이야기를 펼쳐내는 인물이 4명이나 되면 사실 4명 모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는 것은 힘들다.

심지어 그 중 1명은 '생령'으로서 상당히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 간의 복잡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현실적인 관계와 정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데에는

설정과 배경을 최대한 절제하였기에 우리는 오롯이 4명의 인물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런 점이 심심하다, 지루하다라고 표현한다면

사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을 참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면 취향에 따라서는

이번 작품이 그냥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필자는 영화가 특별하지 않아서, 너무 과한 감정을 보여주지 않아서, 담담하게 그려내서 좋았다.

사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뭔가 대단히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생각과 가치관이 변화하는데에 엄청난 계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성장하고 변화하지 않는가?

 

각 인물이 어떠한 계기로 현재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는지

그들에게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지

그 사건이 각 인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렇게 그들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이것을 영화는 아주 담담하게, 하지만 참으로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갑자기 누군가가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가거나, 능력 상태창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아도

오롯이 인물에만 집중했을 때의 힘을 영화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갇혀있다'는 것에 대한 관점의 차이

 

아오이는 자신이 이 지루한 시골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여

하루라도 빨리 도쿄로 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 때문에 이 마을에 남아 '갇히게 된' 언니 아카네에게

죄책감을 갖음과 동시에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한다.

 

그런 아오이가 신당에서 베이스를 연습할 때, 뜬금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과거의 신노스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신당 안에 '갇히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내내 '갇혀있다'에 대해 역설한다.

이것을 끊임없이 역설하면서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갇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영화 속 아오이는 시골에 '갇혀 있음'에 불행해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 주변의 가족, 친구,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모르고 살아간다.

 

아오이는 언니가 시골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며 동정하고 한심해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언니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뒤늦게야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다.

 

도쿄로 가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고등학생 신노스케는

성인이 되어 어쩌면 자신은 이 시골에 '갇혀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갇혀 있다'라는 단어는 꽤나 과격하게 들리기에 우리는 이 단어를 보통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갇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곳에 그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이 곳에 남아 하늘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갇혀 있다'와 '남아 있다'를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관점을 살짝만 다르게 해도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는 4명의 등장인물 사이의 사랑을 그려내면서 로맨스 관계를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로맨스는 단지 수단일 뿐

이러한 수단과 과정을 통해 영화는 '갇혀 있다'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를지도 모르지만 하늘의 푸르름은 안다.'

 

어쩌면 아카네는 이를 먼저 알고 있었기에 이 문장을 그렇게나 좋아한 것이 아닐까?

 

폭발하는 감정에 화룡정점을 찍는 아이묭의 음악

 

필자가 이 영화에 0.5점을 추가해 4점을 줄 뻔한 이유에는 '아이묭'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J-POP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이묭이 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묭은 2018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이다.

필자는 이미 작년부터 그녀의 팬이 되어 여러 노래들을 들어왔는데,

그녀의 노래 '空の青さを知る人よ (하늘의 푸름을 아는 사람이여)'를 들어온지는 몇개월이나 지났지만,

이 노래가 이 영화의 OST로 사용된 것은 영화를 보기 딱 이틀 전에 알았다.

 

이 노래가 그녀의 노래 중에서 'ハルノヒ (봄날)'과 더불어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지라

영화에서 과연 어떻게 삽입됐을지가 참으로 기대되었다.


영화에서 이 음악은 딱 2번 나온다.

그 중에서 어떤 두 인물의 감정이 폭발하면서 핵심적인 장면이 연출될 때 이 노래가 딱 나오게 되는 순간이

아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그 장면 자체가 참 아름답고, 음악 자체가 워낙 좋기에 아이묭을 모르는 사람이어도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이라고 꼽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근데 심지어 본인이 아이묭의 평소 팬이었다면?

어찌 이 장면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묭의 음악을 언급한 것은 영화의 감정을 끌어올리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필자가 아이묭의 열렬한 팬이기에 꼭!!! 언급을 하고 싶었다.

 

만일 당신이 아이묭의 팬이라면 그 이유 하나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노래 자체도 좋은데 이 노래가 영화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사용되었는지를 당신이 꼭 봤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영화에 아쉬운 점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핵심 인물 4인을 제외하고 주변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했다는 점.

굳이 스토리에 도움이 안 되는 몇몇 장면들이 굳이 삽입되어있었다는 점.

뭐 이런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뭐 그건 사실 소소한 단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왜인지 더욱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인물 사이의 정서와 감정을 참으로 담담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그려냈기 때문일까

3.5점을 줬지만 사실은 4점에 더욱 가까운, 아주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쿠키 영상은 없지만, 크레딧과 함께 쿠키 스틸컷이 다수 나온다.)

 

2022.03.16 CGV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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