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 00:52ㆍ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슬픔과 마주하는데에 필요한 시간과 방법은 모두 다르다
별점 : 4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참 신기한 영화였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고 포스터만 대충 봤을 때는 난 이 영화가 돼지를 잃은 자연인의 잔혹 복수극같은 영화라고 꽤나 확신했다.
근데 이게 웬걸 영화는 필자가 요만큼도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이 영화는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취향의 '힐링영화'였다.
혹시라도 당신이 이 영화가 잔혹한 스릴러일거라 생각하여 보지 않을거라면, 혹은 힐링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스터에 속지 마시길 바란다.
'피그'라는 제목이 너무 단순하여 오히려 무슨 내용일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하자면,
모종의 이유로 숲 속에서 사는 '롭'은 최고급 트러플을 탐지할 수 있는 돼지 한 마리와 함께 살며, 최고급 트러플은 푸드 바이어 '아미르'를 통해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식료품과 교환하면서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던 중, 의문의 인물들에 의해 트러플 돼지가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롭'은 트러플 돼지를 되찾기 위해 '아미르'와 함께 도시로 내려와 사람들을 만나며 돼지를 찾는 여정을 겪게 된다.
내용만 들으면 '이게 대체 무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처음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돼지가 소재로 된 힐링영화? 내 기억에 이런 영화를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근데 더욱 놀라운 것은, 영화가 좋다.
그게 핵심이다.
뭔가 말도 안되는 소재를 이용해서 상상도 안가는 방향으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그게 되려 매력적이고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에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건 분명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돼지를 되찾는 '롭'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우리 관객들은 그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을 알게 되고,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상실과 아픔들을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이입을 하게 되고, 이러한 이입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필자는 영화를 본 후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되면서 위에 언급한 한줄평을 떠올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상실, 아픔, 절망을 과거에, 현재에 겪은 경험이 다 있을 것이다.
그러한 슬픔은 사람을 소리도 없이 옭아매고 잠식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온전히 바라보기 보다는 피하거나, 어설프게 덮어두는 경향이 많이 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러한 슬픔을 피하지 말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라는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고 필자는 과거 포스팅에서 말한 바 있다.
'피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와 비슷한 방향이지만, 다소 다른 메세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에 필요한 시간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가 영화 '피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며 빠르게 상처를 극복할 수도 있고,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누가 더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처를 대하는 각자의 방법과 시간이 다른 것 뿐이다.
빠르게 극복했다고 해서 그 상처가 가벼운 것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해서 그 사람이 유난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던, 얼마나 시간이 걸리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며 극복하는 것이고, 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하고 필자는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영화의 주연인 '니콜라스 케이지'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주연으로서 영화에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여주는 그를 보면서 필자는 '와... 이 배우가 이렇게나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었어?'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돼지를 되찾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 속에서 '롭'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니콜라스 케이지'는 정말이지 훌륭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사실, 소재가 너무 신선하고 그 소재를 활용한 의외의 전개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럴수록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는 정말 정말 훌륭했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영화 스토리에 대해, 연출에 대해, 플롯에 대해 다양한 부분에서 각자의 호불호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감히 예상컨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를 보고 안 좋았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그만큼 그는 영화 내내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그 덕분에 자칫 애매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던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 끌고 갔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영관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필자는 당신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잔잔하게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쿠키는 없다.)
2022.02.27 메가박스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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