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7. 20:05ㆍ현재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어지러이 뒤엉킨 한국정치사의 빛과 그림자를 또렷이 조명한다
별점 : 3.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개봉한지 정확히 한달만에 드디어 '킹메이커'를 관람했다.
이전에 리뷰했던 '해적: 도깨비 깃발'과 정확히 같은 날에 개봉하면서 의도치 않은 경쟁구도가 되었을 것이다.
두 영화 모두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며 사실상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만, 관객 동원 수를 따진다면 놀랍게도 '해적: 도깨비 깃발'이 '킹메이커'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흠... 솔직히 좀 놀랍다.
왜냐하면 필자 개인적으로 '킹메이커'를 훨씬훨씬훨씬 더 좋게 봤기 때문이다.
간만에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국내영화를 봤다.
'킹메이커'를 관람하기 전에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을 많이 알고 가지는 않았다.
그냥 어느정도 실화에 기반을 뒀다 정도로만 알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를 관람한 후,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많이, 그리고 세세하게 반영하여 영화에 담아냈더라.
설경구 배우님이 연기한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선균 배우님이 연기한 '서창대'는 선거판의 여우라 불렸던 엄창록
유재명 배우님이 연기한 '김영호'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
가명을 사용했지만 실제 인물들을 활용해 실제 일어났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배우분들이 실제 인물들을 얼마나 비슷하게 연기해냈는지에 대해서는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필자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명배우들의 호연 파티'라고 생각한다.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김성오, 서은수, 김종수, 배종옥 등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율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은
누구 하나 부족함 없이 영화의 톤 앤 매너에 벗어나지 않는 정말 훌륭한 연기들을 보여준다.
특히! 필자는 '조우진' 배우님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내 취향이었다.
개인적으로 야비한 빌런? 얄미운데 뭔가 밉지는 않은 악당 캐릭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배우 중에서 그런 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아마 '조우진' 배우님이 아닐까 싶다.
집권 여당의 책사 역할로서 야댱의 책사인 '서창대'를 각하의 편에 서게 하려 노력하거나,
그와 대립하는 등 정확히 필자 취향에 딱 드러맞는 상당히 매력적인 연기였다 생각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대의와 정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창대'에게 말할 때는
'아... 이 실장의 저 생각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라고 순간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할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보여준 부분은 영화의 백미였다.
매력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포스러운,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의 작은 흠을 굳이 하나 찾자면 '서창대'라는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살짝 톤이 맞지 않는 듯한,
다소 현대적인 캐릭터처럼 나타난 점이 약간의 아쉬움이다.
뭐랄까, 다른 배우들이 나올 땐 1970년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데
서창대가 나오면 순간 영화가 2022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이 영화의 사소한 아쉬움이었지만,
또 다르게 보면 영화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크게 부각되는 흠결은 아니었다.
또한, 연출적인 부분에서 영화 중반까지의 스피디하고 무겁지 않은 톤의 연출은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정치'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영화화할 때, 항상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장면들이 몇 있지 않은가?
고급한식당에서 주고받으며 밀담을 나눈다거나, 여성들을 옆에 끼고 흥겹게 춤을 추며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그런 다소 자극적이면서 뻔한 장면을 넣지 않으면서 되려 한국정치사를 꽤나 발랄한 톤으로 그려낸 점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져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중반 신민당 대통령 경선이 진행되고 난 후부터는 다소 영화가 루즈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뭐 당연히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은 텐션을 유지하고, 똑같은 속도로 진행되는건 말이 안되지만
영화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전반부에 비해 그 흥미와 매력이 후반부에서는 꽤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최근에 올해부터 봤던 다양한 국내영화 중 1등은 단연 '킹메이커'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여타의 영화들보다 흥행적인 측면에서
훨씬 뒤쳐진 이유를 전혀 모르겠을 정도로 필자는 영화를 좋게 봤다.
영화가 이미 개봉한지 한달이나 지나서 이제는 오히려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많이 적어지긴 했으나
만일 당신이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기분 좋게 추천할 수 있다.
(메가박스에서 특가이벤트로 '킹메이커'를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멍청한 필자처럼 정가 다 주고 보지는 마시길읍읍)
(쿠키는 없다.)
2022.02.26 메가박스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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