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서정적인 것도 애매하고
자극적인 것도 애매하고
별점 : 2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간만에 베드씬이 가득한 청불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 같다.
필자가 좋게 관람했던 청불영화 '아가씨',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캐롤' 등과 같은 영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어느정도의 기대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예고편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들이 여럿 부분 보이지 않는가?
배경은 북한인 것 같고, 일반 사병으로 보이는 남자와 간부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간부 모르게 밀애를 나누고, 그러면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지 충분히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했다.
또, 에로티시즘을 주 마케팅 소재로 사용한 영화였기에 충분히 자극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몰입이 되는 그런 영화를 기대했다.
그런 점에서 필자 개인적으론 영화에 상당히 아쉬운 감정이 있다.
오늘 포스팅은 그 실망스러웠던 점들과 몇몇의 좋았던 점 위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얼마나 선정적인지에 대해 궁금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영화는 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 노골적이진 않다.
음... 예를 들자면 '아가씨',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하면 훨씬 순한 맛에 속한다.
본격적인 베드씬에 들어가기 전, 주인공 사이의 감정선과 관계를 어느정도 빌드업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을 소모하고 영화 중반부터 본격적인 베드씬이 시작된다.
근데 그것이 매력적인 에로티시즘인가? 묻는다면 나는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다에 표를 줄 것이다.
영화에선 물건, 조명, 배경 등을 통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만, 뭐 그냥... 시선을 사로잡을만큼 매혹적이라는 생각은 딱히 안들었다.
그냥 '아 저 둘이 사랑을 나누는구나, 참으로 다양하게도 하네(?)' 정도의 생각?
자극적인 에로티시즘을 주 마케팅으로 삼았다면 두 남녀 사이의 관계를 확실히 노골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분명 있었다.
자, 그렇다면 그런 자극성을 다소 포기하면서 두 남녀 사이의 관계와 정서에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는가?
사실 그것도 아니다.
당연히 이 영화는 상업영화이기에 남녀가 무턱대고 관계만 맺는 그런 내용일리 없다.
두 남녀가 어떻게 만남을 갖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지, 그렇게 어떤 결말에 다다르게 되는지에 대한 빌드업을 충분히 쌓는다.
영화는 생각보다 자극적인 장면만 부각하기보다는 두 남녀 간의 서정적인 면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남녀의 정서에 충분히 빠져들고 공감하도록 만들려고 한 듯 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두 남녀가 서로에게 매혹되었는지, 왜 그러한 선택들을 하였는지에 대한 공감이 사실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말 냉정하게 말하면, 영화는 그저 베드씬과 베드씬이 아닌 평범한 장면 이 두 가지로만 나뉜 느낌이랄까
자극적인 것은 포기하고 서정적인 것에 집중을 확실히 하던가 혹은 그 반대를 확실히 하던가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 했지만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한 데에는 상당히 유치한 대사, 뜬금없는 유머코드, 여자 주인공의 아쉬운 대사 전달력이라는 방해요소가 있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잡으며 꽤나 진중한 톤을 영화 내내 유지한다.
근데 그러한 영화의 톤을 무참히 박살내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대사들이 꽤 존재한다.
'날 백배천배 사랑한다고 말해!'는 좀....
아니 뭐 영화 속 시대가 1970년대인 것을 보면 그럴수도 있나 싶지만, 그래도 2022년에 나온 성인멜로영화에서 나온 대사치고는 케케묵은 감이 강하다.
그리고, 영화는 생각보다 유머코드가 곳곳에 존재한다.
근데 그게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진중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유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중간중간 뜬금없는 웃음 포인트가 있는게 영화의 톤을 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영화가 147분이나 되기에 그 시간 내내 무겁기만 하면 관객으로서는 영화를 따라가기 벅찰 수도 있으니 적절한 환기 요소를 넣는 것은 이해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소 어우러지지 않는 웃음 포인트는 뜬금없다고 느껴지기만 할 따름이었다.
또, 여주인공을 연기한 '지안' 배우님의 대사 전달력이 꽤나 많이 아쉬웠다.
글쎄, 필자는 북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북한 사람들의 평상시 말투가 어떤지 잘 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사단장 아내의 말투가 보통 어떤지 모를 수 밖에 없지만, 그런 것 치고도 여배우의 대사 전달이 꽤 어색했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이게 지금 남한 배경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고, 지금 분명 감정이 고조되서 관객이 남녀의 감정에 확 빠져들어야하는데 여배우의 대사 전달이 감정적이기보단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 몰입을 확 깨버릴 때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이 연쇄적으로 작용하여 영화에 충분히 빠져들고 공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연우진' 배우님의 호연은 영화에서 돋보이는 한 수였다.
북한 농부의 아들이자 일반 사병으로서 가족을 위해 승진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매우 강하지만, 한 남자로서 사단장 아내의 유혹에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무광'의 감정은 분명 단순한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승진과 사랑 사이에서 뒤엉키고 변화하는 북한 남성의 감정 표현이라는 복잡한 그 무엇인가를 '연우진' 배우님은 관객들에게 관철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스토리의 섬세함이 조금 더 영화에 첨가되었다면 두 남녀간의 감정선이 지금보다는 더욱 이해되고 공감됐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지안' 배우님의 대사 전달력에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상대였던 남자 주인공의 감정선에 관객이 충분히 공감됐다는 것은 얼마나 '연우진' 배우님의 전달력이 좋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아주 솔직하게 충분히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충분히 서정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맛의 미음과도 같은 영화는 필자에겐 아쉬움이 훨씬 많은 쪽에 속한다.
확실하게 매운 향신료를 듬뿍 넣거나, 달콤쌉싸름한 향신료를 듬뿍 넣었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영화에 중독되지 않았을까?
(쿠키는 1개 있다.)
2022.02.24 CGV 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