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개봉작 별점과 한줄평

덩케르크, 개인적인 한줄평과 별점 (스포 X)

평론가 코스프레 2022. 2. 10. 17:41

성공한 실패에 대해 놀란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별점 : 5 / 5

(제 기준 3.5점이 중간입니다.)


사실 '덩케르크'가 개봉했던 2017년에 필자는 군인이었기도 했고,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던 때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매우 재밌게 봤음에도 '덩케르크'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개인적으로 전쟁영화가 취향이 아닌 이유도 있었을테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현재, 정말 오랜만에 내 기준 만점 영화가 나왔다.

이렇게 놀란 감독은 내 기준 만점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들어낸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짝짝짝 대다내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놀란은 '플롯의 마법사'라고 불린다.

이러한 플롯을 마법을 제대로 발휘한 영화의 대표적인 예시가 아마 '인셉션'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덩케르크'가 서로 다른 3개의 시공간을 교모하게 결합시켜 나를 빠져들게 한 진짜 마법과도 같은 영화라고 느껴졌다.

어떤 연출을 사용했는지, 무슨 플롯이 있는지 등 이 영화의 훌륭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5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알려졌을테니 나는 왜 이 영화가 나한테 5점 만점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지극히 주관적으로 적어보려한다.

 

1. 잔인한 장면 없이 잔인함을 보여주는, 처음 보는 전쟁영화

놀란은 '덩케르크'를 전쟁영화라고 말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2차세계대전에 있었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이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진 선악의 대립, 주인공의 영웅적인 활약,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 온갖 전차와 전투기, 총성으로 가득한 전장 등

전쟁영화라고 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나 연출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덩케르크'에는 그러한 흔한 전쟁영화의 요소들이 거의 아니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군인 독일군의 모습은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전장에서의 선악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고, 정확히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아주 영웅적인 맹활약을 펼치는 특별한 인물도 없다.

또한, 전쟁영화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전차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전투기도 많아봤자 3~4대 정도만 한 화면에 함께 나오고, 귀가 찢어지는 총성 가득한 장면 또한 거의 없는 이 영화는 전쟁영화치고는 꽤나 독특한 연출법을 보여준다.

 

근데 놀라운 것은 '덩케르크'는 내가 본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 전쟁의 잔혹함을 더 잘 표현한다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수많은 적군을 죽이거나, 적군에게 잡힌 아군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등 전쟁에서 특별한 활약상을 통해 전쟁영웅이 되고자 하는 거대한 목표가 없다.

그저 덩케르크에서 안전하게 철수하여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어찌보면 군인으로서는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목표만이 있다.

포탄이 떨어지고, 수용인원이 제한적인 배에 타기 위해 인물들이 몸부림치고, 그럼에도 적군에 의해 끊임없이 배가 침몰하고, 다시 다른 생존방법을 강구하는 장면들은 전쟁에서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적군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공포에서 싸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였다.

생존을 위해 인물들이 펼치는 이러한 처절한 생존극은 그 흔한 전투장면 하나 없이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더욱 잘 표현하는 참신하면서도 성공적인 방법이었다.

 

2. 서로 다른 3개의 시공간을 갖고 노는 플롯의 마법사

이 영화는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잔교(육지)에서의 7일, 바다에서의 1일, 하늘에서의 1시간이라는 각기 다른 3개의 시공간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러한 다양한 플롯들을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은 영화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해질 틈이 없이 계속해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연속으로 다른 시공간에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칫 영화가 산만하게 비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은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자신만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였고, 그 연출은 제대로 적중했다.

(놀란답지않게)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필자가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놀란의 연출이 훌륭했던 이유가 가장 컸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육지, 바다, 하늘 3개의 시점이 하나의 점으로 만나는 순간부터 각각 다른 시공간에 있었던 각 인물들이 생존을 위해서, 구조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행동하는 장면들, 그러한 행동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문자 그대로 온 몸에 전율이 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단순히 일방향적인 플롯이 아니라, 3개의 다른 플롯들을 하나의 플롯으로 연결하기까지 단 한순간도 관객들을 쉬게 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연출은 왜 놀란이 플롯의 마법사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3. 사운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

이 영화는 뛰어난 연출과 영상미도 칭찬해 마땅하지만, 영화의 몰입감에 큰 일조를 한 부분은 역시 '사운드'일 것이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한스 짐머'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면 일단 뭐 음악적으로 이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지 어느정도 짐작이 되지 않는가? 그의 음악은 전쟁영화의 긴박함, 긴장감을 관객에게 소리로써 전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음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가 날아오는 소리, 잔교가 터지는 소리, 뾰족하게 들리는 총성 등 이 영화에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효과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 그것이 음악, 영상 못지않게 영화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오프닝에서의 사운드는 가히 인상적이다.

덩케르크의 조용한 골목에서 독일군의 전단지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 등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소리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소리가 이 전쟁의 섬뜩함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나?

전쟁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폭발적인 사운드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막한 사운드를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공포를 오히려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잘 표현해낸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계속되는 사건들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효과음의 디자인은 영화의 사운드가 단순히 영화의 배경을 뒷받침해주는 용도가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와 주제를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IMAX로! 혹은 최소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덩케르크'는 단순히 그 내용이나 주제가 훌륭하다고만 표현하기에는 영화의 '비주얼'과 '사운드'가 영화 전체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요새는 OTT서비스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이 영화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지만, 그리고 그게 무조건 죄악인것마냥 표현하는 것은 이제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이 되어버렸지만, 제발 이 영화만큼은 영화관에서, 가능하다면 IMAX로 관람하기를 간청한다.

이 영화를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본다면 영화관에서 봤을 때의 전율과 감동의 절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 감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덩케르크'는 개봉한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표적인 수작 중에 하나라고 꼽히고 있다.

사실 필자 기준 놀란 최고의 영화 '다크 나이트' 이후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 등 그의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모두 충분히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다크 나이트'만큼의 감동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 마음 속 놀란 감독의 1등 영화는 '다크 나이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처음으로 '다크 나이트'와 쌍벽을 이룰 만큼 개인적으로 큰 전율과 울림을 주는 영화를 개봉한지 5년이 지난 지금에야 발견했다.

106분동안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얼마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덩케르크'는 나에게 또 하나의 인생영화가 되었다.

2022.02.10 CGV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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